법무법인 산하
정연채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인 원고는 동대표 후보자의 이력 및 공약 게시글에 대해 ‘입후보자가 경비원에 대한 포상으로 관리비 중 10만 원을 임의로 지급한 사실에 대해 해명하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입주자대표회의인 피고는 홈페이지 운영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1차 경고를 했으나, 원고는 항의하는 댓글을 달며 앞서 제기한 의혹을 재차 언급했다. 피고는 임원회의를 열어 원고의 홈페이지 글쓰기 권한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의결을 하고 대표회장의 승인을 얻은 다음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글쓰기 권한을 박탈한 것은 무효라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서울남부지법 2021. 12. 17. 선고 2021가합146 판결).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아파트 홈페이지 운영규정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통해 제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입대의가 관련 법령 및 관리규약을 통해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서 유효하고, 피고의 처분은 홈페이지 운영규정의 절차를 거쳤으므로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보았다. 다만, 원고의 댓글 작성행위가 홈페이지 운영규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글쓰기 권한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해 피고의 원고에 대한 홈페이지 글쓰기박탈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였다.
3. 평석
아파트의 공용부 게시판과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글들이 게시된다. 근거가 불분명한 의혹 제기에서부터 사실에 근거하였더라도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는 글과 허위의 사실을 마치 사실인 듯 게시한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글의 공격대상이 된 자로서는 이성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관리규약에 위반한 게시판 글이더라도 게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철거하는 행위는 손괴죄에 해당할 소지가 높고, 홈페이지에 기재된 글에 감정적으로 댓글을 달거나 반박 글을 게시할 경우 수위가 높아져 오히려 모욕 또는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여 분쟁에 휘말리게 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근거를 들어 의혹을 해명하는 반박글을 게시하거나, 게시글이 명예훼손 혹은 모욕죄에 해당할 경우 섣불리 대응하기 보다는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것을 권고드린다.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홈페이지 운영규정에 따라 인터넷에 게시된 글을 삭제하였더라도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즉 법원은 공적인물의 공적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은 충분한 토론과 반박 의견으로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것이 자치기구의 자정작용이라고 해석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아파트 홈페이지는 아파트 운영에 관한 입주민들의 자유로운 의견표명 및 의견교환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게시글들이 형사상 문제되지 않는다면 입주민의 의견표명은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익명성을 방패로 허위의 글을 게시하는 등의 행동은 없어야 할 것이고, 의견교환과 관련한 의식 개선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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