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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된 삶과 일상을 가슴에 품은 사제
‘외국인근로자복지관’ 성공회 이정호 신부
 
아파트뉴스   기사입력  2015/01/16 [11:16]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미등록 신분일지라도, 그들의 일상과 노동, 그리고 사랑과 가족, 미래의 꿈까지 불법일 수는 없습니다.”
 
▲ 외국인근로자복지관’ 성공회 이정호 신부.     © 아파트뉴스

2005년 10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 가구공단에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순식간에 불법체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했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인 '샬롬의 집' 이정호 신부와 공장주들은 ‘영장 제시도 없는 위법 단속’이라며 출입국관리사무소 차량을 막아섰다.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과 9시간의 대치가 이뤄지는 동안 트라이앵글처럼 엮인 공장주, 마을 주민, 이주노동자들의 완강히 제지하며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마석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이주노동자들의 불만과 대다수 업체가 가구생산 영세업종인 공장주들의 현실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정책 부재에 대한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이 자리에서 이정호 신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들에게 불법의 굴레가 씌워진 것은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 때문”이라며 “산업분야의 부족한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놓고 급기야 단속하고 추방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지위가 합법적인 것으로 입법화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의 권익이 존중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    ‘외국인근로자복지관’ 성공회 이정호 신부.   © 아파트뉴스

'국경없는 마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 마석 가구공단 거리를 오가는 3명 중 2명이 외국인이다. 이주노동자와 공장주, 그리고 마을 원주민들 대부분인 한센인들이 트라이앵글처럼 공생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 안에 '샬롬의 집', 외국인근로자복지관 성공회 이정호 신부가 있다.
 
샬롬의 집은 1997년 8월 성공회 남양주교회가 터를 내린 외국인노동자센터다.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외국인 노동자의 집’과 더불어 샬롬의 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터전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다문화 인구는 170만 명에 달한다.
 
이곳의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 딱지가 붙은 이방인 일꾼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열악하고 혹독한 마석 가구공단은 ‘꿈’이자 희망으로 빛나는 곳, ‘코리안 드림’이다.
 
이정호 신부를 만나러 가는 동안 한적한 마을에서 조용하게 살아가는 신부님으로 생각했는데 근로자들 못지않게 바빠 보였다. 마석마을 촌장 같은 마을의 역사를 온몸으로 안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터줏대감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정호 신부는 최근 우리사회에 만연한 세월호, 갑질 논란, 아파트 화재, 어린이집 폭행 등의 사회적 이슈를 화재로 바로 ‘우리 사회가 알아야만 하는 예고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해병대 출신인 이 신부는 1982년 성공회신학대에 입학해 1989년 서품을 받았다. 120년 전 성공회 선교사들이 오지를 선교지로 선택했던 것처럼, 이 신부 역시 1990년 6월1일 ‘한센인촌에서 일하라’는 사제의 부름으로 이곳을 찾았다. 
 
▲     © 아파트뉴스

마석가구공단은 이 곳 주민인 한센인들과 관련이 깊어 ‘성생공단’이라 불리운다. 1960년대부터 한센인 중 일부가 자리 잡으면서 성공회 교회가 함께 '성생원(聖生院)'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400여 개의 가구 공장이 밀집해 있는 국내 최대의 가구공단이지만 대부분 열 명이 채 안 되는 열악한 소규모 공장에서 80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가구를 만들어낸다.
 
이 곳에 위치한 ‘샬롬의 집’은 2005년 성공회가 땅을 제공하고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건축비를 지원해 건립한 한국 최초의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복지관이다. ‘샬롬의 집-외국인근로자복지관’은 상담·진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남양주 지역에 사는 5000여 명의 이주노동자와 국제 결혼 이주자들의 중심이 됐다.
 
이정호 신부는 이곳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넋이 나간 눈동자를 지닌 이주 노동자를 위해 긴급한 의료지원을 위해 무료 병원을 운영하고,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의 교육 및 가정 생활 상담과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교육센터 '다문화 카페'를 열고, 교육센터 '샬롬 장터'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법적 자문,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 임신·출산 교육, 능력 개발 교육, 가정생활 상담 활동, 경제적 자립 교육 등 다문화가정의 '의제'를 연결시켰다.
 
▲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가구공단에 위치한 외국인근로자복지관 이정호 신부는 남양주 지역 5000여 명의 이주노동자와 국제 결혼 이주자들의 중심애서 상담·진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자립을 돕는다.      © 아파트뉴스

또 지역의 학생들과 연계해 ‘다문화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모멸감이 드는 좌절을 겪는 사람’이 아닌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따뜻한 배려로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변화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인 이유로 타지에 들어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안고 보듬어주면서 우리 아이들의 꿈이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지역의 소외계층도 보살폈다. 방학 기간 중 학교 급식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결식 아동들을 돕기 위한 '희망 도시락 나눔 활동'을 올해로 행복한 도시락 배달을 9년째 펼친다.

최근에는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 외국인근로자 복지관 제2관을 개관하는 한편 청소년들의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다문화 특성화 협동조합을 준비 중이다.
 
▲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일상과 노동, 그리고 사랑과 가족, 미래의 꿈과 함께 동행하는 이정호 신부.      © 아파트뉴스

특히 이 신부는 2002년 전세계 60억의 인구의 눈과 귀가 한국에 쏠리고 4천5백만 국민들 모두가 ‘붉은 악마’가 되었을 때 국내 26만의 동남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고, 외국인 노동자 8천여 명과 뚝섬에 모여 ‘2002 월드컵성공기원 우리들만의 리그’를 펼쳤다.
 
대한민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외국인 노동자로서 받은 차가운 홀대를 ‘대한민국 짝짝짝!’으로 외치며 마음껏 표현했다. 둥근 축구공 하나가 이주노동자들을 ‘우리’로 만들었다고 회상한다.
▲  아리랑다문화 카페를 센터 1층에 마련하고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의 교육 및 가정 생활 상담과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교육센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아파트뉴스

이정호 신부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은 ‘존중’이었다. 늘 소외되고 병든 한센인들과 함께 살면서 이주 노동자를 끌어안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그들의 손을 잡고 꾸준히 지원해 온 그다.

이 신부는 퇴직 무렵,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가장 맑고 영롱한 눈빛을 지니고 가장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그 첫 느낌을 살려 방글라데시로 이민을 가고 싶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코리안 컬쳐 센터’ 건립을 통해 그 곳에서 ‘밤하늘을 비추는 별‘이 되어 ‘사랑으로 꽃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열매를 맺도록 희생하고, 나누고, 주고 싶다. 
 
▲ ' 외국인근로자복지관 ' 성공회 이정호 신부.    © 아파트뉴스

“내가 먼저 문을 열면 상대방도 문을 열고 반갑게 다가옵니다. 사랑의 눈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용서하고 다가가는 아름다운 화해 정신이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이정호 신부는 행복할 권리를 잃어버린 이들을 위로하며 살아가는 평화의 사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정호 성공호 신부는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대표, 경기도 외국인 주민 지원시책 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전문위원으로 이주노동자 분야 전문가로 활약하며, 2008년 어린이날 국민포장, 2008년 다산대상(사회복지 분야) 수상, 2011한빛대상(한센인인권부문) 수상, 2013년 제25회 아산대상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임옥남 기자 oknam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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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16 [11:16]   ⓒ apt-news.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윤경희 15/01/18 [11:16]
신부님! 반갑습니다~^^ 오남 성당 윤글라라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시는 모습 반갑게 보았습니다. 양지리 2관에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한울타리 코스모스 봉사단에서 달려가겠습니다. 010- 7797- 2333. 윤경희 입니다. 영육간에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수정 삭제
아그네스 15/01/19 [18:07]
신부님 그동안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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