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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윤정원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임대인인 원고는 2019. 1. 21.경 임차인들인 피고들과 사이에서 이 사건 아파트를 보증금 6억 3,000만 원에 2019. 3. 8.부터 2021. 3. 8.까지 임대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 측은 2020. 12. 17.경 피고들에게 원고와 그 배우자 및 자녀가 이 사건 아파트에서 거주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들은 2020. 12. 22.경 원고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원고는 2021. 1. 4.경 피고들에게 임대차계약 만료 후 원고 본인이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며 피고들의 갱신요구를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를 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실거주 요건은 임대인의 주관적 의도에서 비롯되는 장래의 사정에 관한 것이어서 적극적인 입증이 쉽지 않고, 임대인이 미리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이주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임대인에게 실거주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드러난 경우가 아닌 한 임대인의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일반론을 제시하였습니다.그러면서 원심은, 임대인의 실거주계획에 개연성이 있고, 임대인이 가족관계나 부동산 소유 현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실거주계획과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이 없으므로 임대인의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반면 대법원은 실제 거주 의사는 단순한 의사표명으로 곧바로 인정될 수 없고,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추인되며, 이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 가족의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대법원은 ① 원고 측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전에는 원고와 그 배우자, 자녀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할 예정이라고 말하다가 이 사건 소장에서는 원고 본인 또는 원고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할 예정이라고 주장하였고, 2021. 9. 8.자 준비서면에서는 원고 배우자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고 지방에 거주하던 원고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 인근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기로 계획하였으나 피고들이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원고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하였는바,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사유에 대해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와 같이 바뀌게 된 데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는 점, ② 원고와 배우자는 이 사건 아파트 말고도 이 사건 아파트 인근에 다른 아파트와 다른 지역에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거절을 할 무렵에 원고는 자녀 교육을 위하여 다른 지역에 있는 주택에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원고 배우자는 직업상 이유로 이 사건 아파트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원고와 원고 가족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여야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③ 원고는, 원고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지방에서 이 사건 아파트 인근 병원에 다니면서 진료를 받던 원고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병원진료를 쉽게 받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나, 임대인 부모의 외래진료확인서를 보더라도 아파트 인근 병원에 1년에 1~5 차례 통원 진료를 받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실제 거주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평석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은 각호에 임대인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갱신거절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갱신요구를 하면 1회에 한하여 임대차계약이 갱신되는 것이지만 만일 임대인에게 갱신거절 사유가 있음이 인정되면 임대차 계약은 갱신되지 않고 만료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8호에 규정되어 있는 ‘실거주 목적’의 경우 다른 갱신거절사유들과 달리 임대인의 주관적인 의도를 내용으로하고 있어 구체적인 입증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실거주 목적’이 임대인에게 편리한 갱신거절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대상 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거절사유인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으며,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의사가 진정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사정이 있다면 그 존재를 추인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판단기준으로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